시편 108:1~5

by 박순정 posted Apr 28, 20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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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다윗의 찬송 시] 하나님이여 내 마음을 정하였사오니 내가 노래하며 나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리로다 비파야, 수금아,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여호와여 내가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고 뭇 나라 중에서 주를 찬양하오리니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보다 높으시며 주의 진실은 궁창에까지 이르나이다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땅에서 높임 받으시기를 원하나이다(시 108:1-5)


이 시는 이전에 다윗이 지었던 두 개의 다른 시를 합쳐놓은 시입니다. 하나는 다윗이 사울을 피해 굴에 숨어있을 때 지은 시이고(시 57:7-11), 다른 하나는 다윗이 한참 정복전쟁 중일 때 에돔이 침략해와 그들과 싸워 이긴 후 지은 시입니다(시 60:5-12).


왜 다윗이 새로운 시가 아니라 예전에 지었던 시를 다시금 기록했는지, 왜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시를 여기 한 곳에 묶어 기록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. 그럼에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다윗은 이 시를 기록할 때 사울을 피해 도망다니던 때의 형편과 에돔과의 전쟁 때에 느꼈던 고통이 그로 하여금 그때 기록했던 두 시를 떠올리며 다시금 기록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.


만일 그러하다면 다윗은 다시금 하나님 앞에 자신의 신앙과 고백을 갱신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. 그때 그렇게 살겠다 했는데 그렇게 살지 못했고, 그때 하나님을 그렇게 의지하겠다 했는데 그러하지 못해 여기까지 이른 것임을 돌이켜보며 또 다시 하나님 앞에 자신의 서원을 아뢰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.


다윗의 고백이 정녕 그러한 것이라면 우리 또한 다윗을 보며 배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. 그것은 바로 인간에게는 한 번의 고백이 영원한 고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. 사람은 자신의 고백을 영원히 지켜낼 수 있는 힘과 실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.


그러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또 있습니다. 우리의 이 약함과 못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때 했던 그 같은 고백을 또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. 하나님은 같은 고백에 싫증을 내시고 짜증을 내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가 돌이켜 그 앞으로 나아오기만 한다면 기쁘게 그 고백을 받아주시는 너그럽고 은혜로우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.


그래서 다윗이 같은 고백을 또 하고 있는 것입니다. 바로 그렇게 살아내지는 못했을지라도 또 다시 그렇게 살겠다는 고백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. 그렇게 반복한다면 실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. 부끄럽고 염치없음에도 불구하고. 하나님은 인생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.